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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메이커들이 준비한 자동차 관련 행사장을 가면 유난히 이름을 많이 듣게 되는 모델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BMW의 5시리즈다. 모 메이커는 어떤 모델은 출시하면서 5시리즈를 따라잡겠다고 무리하게 큰소리를 치다가 결국 망신을 당하기도 했고, 모 메이커의 어떤 모델은 공식석상에서 이미 5시리즈를 뛰어넘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자화자찬을 하다가 기자들에게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5시리즈는 죄가 없다.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BMW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언제나 많은 메이커들의 비교 및 평가 대상이 되는 모델. 세그먼트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어 왔던 모델 중 하나가 바로 5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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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그룹의 주요 생산시설인 독일의 딩골핑 공장에서 얼마 전인 1월 중순, 누적대수로 천만 번째 차를 생산하는 기록을 세웠는데 그 모델이 바로 뉴5시리즈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천만 번째 차가 한국의 고객에게 인도될 예정이라 한다. 그런 중요한 의미를 가진 차량이 한국으로 오는 것이 우연일지는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따져봤을 때 가능성은 높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BMW 그룹 내에서 5시리즈가 판매되는 대수 중 TOP5에 해당되는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신형 5시리즈의 예약률이 매우 높다는 것은 천만 번째 차량이 우리나라로 오는 것이 그저 우연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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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대가 정식으로 발표되기 전부터 BMW가 과연 6세대 대비 얼마나 더 잘 만들어질 수 있을까라는 사실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꽤나 큰 궁금증거리였다. 그만큼 6세대 5시리즈는 잘 만들어진 차였고 역대 5시리즈 계보 중에서도 완성도와 만족도가 높은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성능도 이보다 더 잘 만들기는 쉽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정도였는데 그런 6세대 모델을 뛰어넘어야 했기 때문에 개발진들의 고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뛰어넘어야 할 또 하나의 모델. 바로 쟁쟁한 경쟁자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E 클래스를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난 모델이 바로 이번 7세대 5시리즈 모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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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행사가 끝나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신형 5시리즈를 맞이했다. 외형에서도 그랬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 운전석에 앉는 내내 지울 수 없는 느낌이 있었다. 바로 7시리즈를 앉을 때 느꼈던 바로 그 느낌! 시각도 촉감도 몸이 느끼는 모든 감각이 그때와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있었다. 물론 플래그십 모델인 7시리즈와 차이는 있었지만 7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라는 사실만으로 BMW가 이 차에 얼마나 큰 공을 들였는지에 대해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손길이 닿는 고급스러운 내장재는 더 이상 고급스러운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고급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장재의 느낌과 디자인은 동급 세그먼트에서 거의 가장 고급스럽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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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을 말하자면 6세대 모델에서 한껏 고급스러운 변화를 입혔다고 전하고 싶다. 사진을 통해 보는 것보다 실물이 훨씬 멋진 모델이다. 이곳저곳 디테일에서 디자인팀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내심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디자인 얘기를 하기 전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옵션과 관련된 부분이다. BMW코리아는 이번 7세대 5시리즈를 런칭하면서 1천 만원 상당에 해당하는 M 스포츠 패키지를 모든 라인업에 기본적으로 제공을 한다. 이는 M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여태까지 옵션으로 판매해오던 BMW 코리아의 행보로 보면 무척이나 파격적인 결정인 셈이다. 결국 가장 기본 모델이라 하더라도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전면부 그릴을 포함한 여러 곳곳의 디테일이 M스포츠 패키지가 기본으로 적용된 셈이니 나름 멋질 수 밖에 없다. 과거 대략 천만 원 정도의 옵션 가격 때문에 에프터마켓에서 M스티커를 사서 붙이고 직접 그릴을 사다 손수 갈아 끼우고도 M룩이라 불리며 놀림 받던 유저들은 적어도 5시리즈에서 만큼은 없게 됐다. 기본적으로 M 스포츠 패키지를 적용해서인지 몰라도 과거 기본형 혹은 가장 낮은 트림 모델에서 느껴졌던 약간의 아쉬움조차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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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말 그대로 고급스러운 슈트를 잘 차려입은 비즈니스맨이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나무소재나 가죽소재의 부분들은 비즈니스맨의 가죽구두나 시계 같은 명품 아이템들을 찾아보는 느낌이다. 손으로 터치되는 10.5인치 i드라이브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첨단 기술도 두루두루 잘 활용하며 멋지게 살아가는 젊은 비즈니스맨의 느낌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행사장에서 김효준 사장이 1천 만원 상당의 M 스포츠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 시장에 한해서이고 이는 눈 높은 한국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다는 설명 했었다. 아무리 까다로운 우리나라 고객들이라도 이 정도 세그먼트에 이 정도의 수준이라면 아마도 만족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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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5시리즈에서 가장 주력이 될 가능성이 높은 520d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의 시동을 걸고 미끄러지듯 행사장에서 나와 인천 BMW 서킷을 향해 달렸다. 막힌 도심을 빠져나와 강변북로를 통해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드라이빙 센터로 가는 코스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아무래도 서킷에서는 이번 신모델에서 강조하는 반자율 주행 같은 기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가속이나 감속 같은 부분은 드라이빙 센터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는 도중에는 일반 도로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을 경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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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저속토크가 넉넉하다, 두툼하다, 여유있다 라는 표현들을 자주 사용하는데 이번 7세대 5시리즈 모델은 그것 이상의 느낌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넉넉한 정도가 아니라 스티어링 휠을 잡고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고 있으면 마치 “우리는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어디 한 번 맘껏 주문을 해봐!”하는 식이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 이정도면 어때?” 하는 식의 답변을 즉각적으로 보내온다. 조금은 기분이 나쁠 정도로 완벽한 반응이다. “당신이 어떤 주문을 하더라도 우리는 완벽하게 해낼꺼니까 어디 한 번 신나게 몰아봐. 주문이 거칠든 부드럽든 크게 상관없어. 우리가 알아서 다 세련되게 달려줄게.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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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을 이탈하려고 하면 강한 힘이 원상복귀를 시도한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려고 하면 차가 먼저 “어허~ 그렇게 운전하면 안된다니까!”라고 충고하며 가르치려는 식이다. 시트나 스티어링 휠에서 엉덩이나 손을 진동으로 간질이며 경고를 하던 수준과는 이미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처음에는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불안하니까 손을 자꾸 변속기어레버를 잡곤 했는데 나중에는 그렇지 않게 된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반자율주행이 주는 신뢰도는 생각보다 상당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두 번만 신세를 진다고 해도 이 기능이 실생활에 주는 영향은 상당하리라. 특히나 휴대폰을 보거나 화장을 하는 등 운전 중 딴 짓을 하다가 사고가 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서 반자율주행 기술은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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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센터로 향하는 일반 도로에서 우리가 실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속도 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안정적인 주행감각이었다. 가속을 해서 옆 차를 앞지르며 차선을 바꿔도, 앞차의 브레이크등을 보고 감속을 해도, 도심을 빠져나가 한가로운 도로를 만나 속도를 높여 기분을 내보려 해도 언제나 반응은 한결같았다. 흐트러진 모습은 운전자에게 단 1%도 보여주기 싫어하는 콧대 높은 자존심을 느낀다고나 할까.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각적으로 날카롭게 반응하는 스포츠카나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으면 미세하게 반응하는 그런 차들과는 많이 다르다. 적당히 주문해도 상황에 따른 최적의 값을 내놓을 줄 아는 진짜 고수의 느낌. 6세대까지 전 세계에서 790만대 이상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또 녹여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바로 그런 완벽에 가까운 주행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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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드라이빙센터에서의 주행이었다. 여기서 미리 알고 있어야 할 사실이 있는데 서킷을 달리는 내내 비가 왔다는 것이다. 당연히 노면은 젖어있었고 드라이빙 센터 곳곳에서 쌓아둔 눈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온도가 낮아 살짝 얼어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달리기에 가장 위험하고 험난한 환경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BMW 코리아에게는 일부러 이런 안 좋은 날짜를 잡기도 힘들었으리라. 하지만 반전은 그래서 더욱 드라마틱한 시승 경험을 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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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운 서킷을 달려본 경험을 가진 사람은 잘 알겠지만 운전경력이나 운전실력 따위가 전혀 먹히지 않고 무력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 바로 환경적인 요소다. 눈이나 비, 온도 등은 그 위에 있다. 가끔 날씨가 좋지 않았던 대회에서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오거나 당연히 우승하리라 꼽아둔 선수가 중도에 탈락하거나 차량이 대파되는 사고로 리타이어 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게 되는데 그만큼 환경적인 요소가 서킷 드라이빙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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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날 신형 5시리즈가 전해준 느낌은 실로 놀라웠다. 아니 놀라움을 넘어서 무섭다는 표현을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서킷에서 보여준 안정성은 여태까지 경험했던 그 모든 운전경험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독특한 경험이었다. 비가 계속 오고 노면은 미끄러웠지만 차량은 단 한 번도 미끄러지거나 소리를 내는 허점을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처음에 저속으로 한 바퀴 돌 때 까지만 해도 그려려니 싶었는데 나중에는 뭐 이런게 다 있나 싶었다. 시승이 끝나갈 때 쯤 “오늘 내가 널 한 번은 미끄러트리고 말리라!”라는 오기가 생겨 잡아 돌렸다. 일부러 좀 더 크게 돌았고 코너에서 가속페달을 좀 더 일찍 밟기도 했다. 차량 안에 있는 무전기를 통해 시승 시간이 끝나감을 알려오니 머릿속에서 슬로우 인 패스트 아웃(slow in-fast out) 같은건 이미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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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시승한 타 매체 기자와 함께 이런 대화를 나눴다. “솔직히 이런 날씨에 이렇게 잡아 돌리면 원래 드드득 소리가 나던가 신나게 미끄러지던가, 아님 뒤가 무지하게 털려야 정상 아니에요?” 이건 대체 뭔가 싶었다. 이렇게 비가 오고 아마도 타이어도 거의 새것일 텐데 코너에서 연석을 밟든 뭐를 하든 5시리즈는 구렁이가 능글맞게 담을 타고 넘어가듯 코스를 소화해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운전을 해도 차체를 어찌나 잘 잡아주는지 몸이 쏠리거나 하는 느낌을 경험하기가 힘들었다. 앞뒤에 차량이 있어 속도를 높이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젖은 노면에서 이 정도 달리기 실력을 보여준다면 정상적인 노면에서는 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인가. 4기통 트윈파워 터보 디젤엔진의 최대 출력이 어떻고 토크가 어떻고 하는 수치는 이미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공차 중량을 무지하게 줄였다는 사실 또한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시승행사 내내 차량이 전해준 다양한 경험이 이 차량의 진짜 가치를 설명해 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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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서 김효준 사장이 차량을 소개하면서 또 다른 차원의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5시리즈는 한국 수입차의 역사이자 미래가 될 것이라 말했다. 또한 한국 수입차 시장이 뉴5시리즈 출시 전과 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 행사장에서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판에 박힌 미사여구로 표현한 신차 출시 멘트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시승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녹음 파일을 다시 들었을 때의 느낌은 정말이지 너무나 달랐다. 왜 행사장에서 마주친 BMW 코리아 담당자들이 그리도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었는지 이제는 잘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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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의 인수가 시작되고 일반인들의 시승기가 쏟아져 나올 시기가 기대된다. 과연 한국 시장에서 신형 5시리즈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다른 메이커와 수입차 시장은 BMW가 칼을 갈고 내놓은 이 모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게 될지 너무도 궁금해진다. 물론 메르세데스 벤츠의 E클래스 역시 포함이다. 수입 중형차 시장 전쟁의 진짜 시작은 고객 인도가 시작돼 일반 고객들의 목소리가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하는 3월 이후가 될 것이라 감히 예견해 본다.
글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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