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컨티넨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타난 링컨의 플래그십 세단 컨티넨탈. 가속력을 중시하는 모델은 아니지만 뒷좌석에 타자니 시원스러운 가속력이 그립고, 운전석에 타자니 뒷좌석의 편안함이 그리울 정도다. 운전석에서건 뒷좌석에서건 컨티넨탈의 매력에 흠뻑 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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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컨티넨탈을 처음 마주한 곳은 지난해 열린 부산 모터쇼. 모든 것이 새로워진 이 녀석은 많은 이의 시선을 강탈했다. 그도 그럴 것이 LA 오토쇼에서 공개된 콘셉트카를 그대로 양산해놓은 듯한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링컨의 로고와 비슷한 모양의 무늬가 들어간 그릴, 5개의 LED가 박힌 헤드램프는 그간 링컨에서 볼 수 없었던 현대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기품 있고 멋을 아는 중년의 남성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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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자태는 측면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어디 한군데 모난 곳이 없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은 특히나 인상적이다. 여기에 20인치 휠은 큰 차체와 한데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바로 도어에 있다.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도어 손잡이가 다른 모델과는 다른 방식이다. 옆 유리를 감싸고 있는 크롬 라인 속에 숨어들었다. 링컨은 이 방식을 ‘e-랫치도어’라고 표현하고 있다. 도어 핸들을 가볍게 감싸 쥐며 숨어있는 버튼을 터치하면 문이 열린다. 경쟁 모델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랑하듯 뽐내고 싶은 부분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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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운 측면 라인을 따라 시선을 뒤로 옮기면 일자형 LED 테일램프가 눈에 들어온다. 안정감을 한층 높여주는 라인과 빛이 반사되는 크롬 라인은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확실한 것은 미국차 특유의 디자인이 그대로 적용된 점과 링컨의 디자인 방향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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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더더욱 휘황찬란하다. 스코틀랜드의 브리지 오브 위어(Bridge of Weir)에서 링컨을 위해 특별 제작한 딥소프트 가죽으로 감싼 시트에 오르면 다른 플래그십 세단의 시트는 기억에서 사라진다. 가죽도 가죽이지만 이 시트는 무려 30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고 마사지 기능까지 들어가 있다. 고급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한 우아한 실내는 행동거지도 바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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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의 뒷좌석에 오르면 귀빈이 된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힌다. 암레스트를 내리면 뒷좌석에서도 ‘레벨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을 작동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차내 모든 공간을 꽉 채우며 귀를 즐겁게 하는 하이 퀄리티 음질은 그 어떤 노래를 틀어도 콘서트홀 같은 느낌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 심지어 동요를 재생해도 그럴 것 같다. 컨티넨탈에는 총 19개의 스피커를 배치해 모든 좌석에서 ‘퀀텀 로직 서라운드’로 제공하는 최고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링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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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움의 눈이 멀어 이 녀석의 힘을 모조리 누리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꽤나 시원스럽게 달려나가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직접 운전하는 것을 놓칠 수 없다. 컨티넨탈의 기다란 보닛을 열어보면 3.0리터 V6 GTDI 엔진이 눈에 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393마력(@5,500), 최대토크 55.3kg.m(@3,500)의 강력한 힘을 가졌다. 역대 링컨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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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를 몸에 맞게 이리저리 조절, 레벨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준비하고 엔진에 숨을 불어 넣었다. 부드러운 회전 질감에 취해 버튼식 기어 시프트를 눌러 서서히 속도를 붙였다. 가속감은 상당히 여유롭다. 플래그십 세단 다운 움직임은 운전자와 승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먹도록 도움을 준다. 제아무리 노면이 고르지 못하다고 해도 상당히 부드럽게 움직인다. 노면 상태를 0.02초마다 모니터링하는 ‘링컨 드라이브 컨트롤’이 빛을 바라는 순간이다. 링컨 드라이브 컨트롤은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각 바퀴로 분산시키고 흡수되는 ‘연속 댐핑 제어(CCD)’와 ‘전동 파워스티어링(EPAS)’,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노멀, 스포츠, 컴포트 모드를 선택해 주행할 수도 있는 배려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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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 컴포트 모드를 즐기다 ‘스포츠 모드’로 변환. 빠르게 차를 몰아보기로 했다. 오른발에 힘을 주며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속도를 올렸다. 속도계 바늘은 끝을 모르고 치솟는다. 속도는 계속 오르고 엔진의 힘을 전달하는 셀렉트시프트 6단 자동변속기가 재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참고로 컨티넨탈은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인텔리전트 AWD’가 적용됐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엔진이 발생하는 힘을 모두 앞바퀴로 전달하지만, 상황에 따라 앞, 뒤 바퀴에 사이좋게 50:50으로 힘을 나눠준다. 코너에서는 토크 베터링 덕에 뉴트럴에 가까운 스티어 특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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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 가지 지적할 만한 옥의 티가 있다. 바로 브레이크 성능. 공차중량이 2톤이 넘는 거구를 제어하는데 조금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플래그십 세단을 가지고 고갯길을 질주하거나 하는 아둔한 사람을 없겠지만, 필요에 따라 강한 제동을 가져가면 쉽게 지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점은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저 그런 미국차라는 오명을 얻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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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컨티넨탈은 충분히 매력적인 차다. 차를 탄 모든 사람을 기품 있는 신사로 만들기에 충분했기 때문. 그저 그런 유럽산 플래그십에서 느낄 수 없는 아메리칸 럭셔리를 누리고 싶다면 컨티넨탈은 탁월한 선택이 되기에 충분하다. 8,940만 원이라는 가격 또한 이 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14년 만에 다시 돌아온 아메리칸 럭셔리 컨티넨탈이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 어떤 파란을 불러일으킬지 앞날이 궁금하다.
글
허인학 기자 heo@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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