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6세대다. 지난 30년간 여섯 번의 진화를 거쳤다. 새롭게 거듭난 그랜저는 농익은 품격을 갖춘 채 현대적인 조형미와 균형 잡힌 움직임을 두루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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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그랜저는 현대차 및 국내 자동차 시장을 대표하는 고급 세단으로 통했다. 그 위상이 작금의 제네시스 EQ900, G80 등 상급 모델로 인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그랜저라는 이름 석자 속에는 ‘성공’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오너에게 ‘자부심’을 부여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다는 의미이며, 여기에는 오랜 시간 이어온 명성이 자연스레 녹아 있다. 이런 이 차의 역사는 1986년 시작되어 어느덧 3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렀다. 이번이 6세대. 차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는 디자인은 현대적인 조형미를 한껏 품었다.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요소인 캐스캐이딩 그릴이 앞면에 자리 잡았고, L자형 LED 헤드램프가 세련된 이미지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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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부분은 뒷면. 그랜저 디자인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테일램프가 자리한다. 좌우를 가로지르면서 ‘ㄷ’자 형태로 다듬은 생김새는 지난 4세대부터 시작된 디자인 정체성을 그대로 간직했다. 실내는 수평형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넓은 공간감을 구현했다. 원래도 넓지만, 시각적으로 이를 증폭한 셈. 디스플레이와 버튼 영역을 분리하고 버튼 영역도 상하로 나눠 배치한 점은 조작 편의성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조작 빈도가 높은 버튼 류는 스티어링 휠 양쪽에 배치해 주행 간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작동을 수월하게 해줬다. 시트는 편안했다. 가죽의 촉감도 좋았고, 앉았을 때 몸 지탱 역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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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리터 GDI 엔진은 역시나 정숙했다. 소음과 진동은 그랜저 앞에서는 먼 나라 얘기. 구형 대비 흡차음재를 보강한 것이 피부로 와 닿는 순간이었다. 제원 상 수치는 최고출력 266마력, 최대토크 31.4kg.m. 변속기는 8단 자동이 맞물렸는데, 신속하고 부드러운 변속감을 자랑했다. 덕분에 초반 영역부터 경쾌한 가속력을 느낄 수 있었으며, 고속 영역 도달도 순조로웠다. 속력을 구현하는 과정이 매끄러웠다. 파워트레인 구성 요소 간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았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상당했다. 엔진은 체감 속도를 훌쩍 능가하는 가속력을 뽐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하체에서도 불안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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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처럼 조용하면서도 번개같이 튀어 나갔다. 높아진 차체 강성과 개선된 서스펜션 성능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양한 소비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이나믹한 주행질감에 집중했다’는 현대차 연구원의 말은 거짓되지 않았다. 물론, 그 움직임 속에서 흔히들 말하는 독일산 스포츠 세단의 묵직함은 느낄 수 없었다. 기존 타겟층이 선호하는 나긋함과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한 단단한 주행질감이 혼합된 느낌이랄까. 분명한 것은 고급 세단이라는 신형 그랜저의 콘셉트 안에서는 충분히 안정적인 거동이었다는 거다. 코너에서 롤은 크지 않았다. 네 바퀴가 노면을 꽉 붙잡고 돌아 나가려는 몸놀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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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모드는 기존 컴포트, 에코, 스포츠에서 스마트라는 모드가 추가되었다. 운전자 주행 성격을 차가 스스로 파악,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 환경에 따라 적절한 모드를 선택하는 기능이다. 현대차의 반자율주행시스템인 현대스마트센스는 적극적으로 운전자를 보조했다. 특히, 주행조향 보조시스템과 어드밴스드 스마트크루즈 컨트롤은 주행에 큰 도움을 주었다. 전자는 꽤 급격한 코너에서도 차선을 유지하려 했고, 후자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자에게 기대 이상의 자유를 줬다. 참고로 현대스마트센스는 선택품목이다. 가격은 160만 원. 구매 예정자라면, 이 기능은 꼭 넣는 것이 좋겠다. 고급차 특유의 대접받는 느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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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대 이상의 사전계약이 이루어진 신형 그랜저. 전례 없는 인기다. 오로지 그랜저라는 이름이 지닌 가치와 발전된 디자인이 이룬 결과다. 시승해본 결과, 이탈률은 그렇게 높지 않을 것 같다. 안전편의품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여기에 고급 세단에서 만끽할 수 있는 유연한 승차감과 화끈한 주행성능까지 겸비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을 찾기에는 현대차의 준비성이 너무나도 철저했다.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질 정도. 사실상 경쟁 모델은 없다. 그나마 라이벌로 꼽히는 기아차 K7은 너무나도 벅찬 상대를 만났다. 당분간, 아니 어쩌면 오랫동안 국내 준대형 시장의 패권은 그랜저에 돌아갈 듯싶다.
글
문서우 기자 msw@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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